우리들 담아준 사진을 태워
하나둘 모아둔 기억을 지워
그만 이러나 가야 하는 걸
너무 잘 알고 있는데
왜 난 주저앉고 만는지
쏟아지는 비물은 날 한치 앞도 못 보게 해
모래처럼 흩날리는 바람은
단 한 걸음도 못 가게 해
뼈랑 끝에 서 있는 듯이
난 무서워 떨고 있지만
작은 두 손을 모은 내 기도는 하나뿐이야
돌아와
이제는 눈물고 나오지 않아
움직일 힘마저
없던 것 같다
우리 이별이 꿈이 아닌걸
나무 자라고 있는데 왜 난 깨어 나길 비는지
쏟아지는 비물은
날 한치 앞도 못 보게 해
모래처럼 흩날리는 바람은
단 한 걸음도 못 가게 해
뼈랑 끝에 서 있는 듯이
난 무서워 떨고 있지만
작은 두 손을 모은 내 기도는 하나뿐이야
아픈 내가 샘도 깊은 상처들도
나쁜 날 미워하는데
사진을 태우고 기억을 지워도
날 잊을 수 없나봐